흔한 유튜브 방법론 영상을 분석가 관점에서 파헤쳐봤다. 데이터 분석이나 프로덕트 개발 방법론에 관한 키워드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지만, 역시 원리는 똑같다. 방법론에 갇히지 말자!
참고 자료는 "배달의민족 배달 빠른 순 필터 상위노출 방법 이걸로 끝 (feat. 고객 여러분 죄송합니다) (링크)"
원래 참고하려고 했던 자료의 출처를 못 찾았는데 맥락이 같아서 첨부했다.
목표 확인하기 - "0원으로 상위노출 시키기"
배달 어플은 '상위노출'이 중요하다. 어쨌든 실험에서 실패하면 돈을 써야 어플에 입점한 의미가 있다는 것 같다. 유료 광고로는 '울트라콜', 네이버로 치면 파워링크 같은 유료 상위노출 방법이 있다고 한다. (명칭, 과금 구조는 바뀔 수 있는데, 요지는 CAC를 높이면 당연히 전환도 높아진다는 것.)
그런데 여기서 궁리를 한다. 어떻게 하면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상위 노출을 시킬 수 있을까?
'노출 순위'라는 아웃풋 자체는 조작할 수 없는 지표다.
어떤 액션을 할 수 있을지, 자료에 나오지는 않지만, 한 번 사장님 입장으로 아이데이션을 해봤다.
- 검색어에 잘 걸리게 SEO 를 개선한다. => 거리/카테고리 범위가 넓어져서 경쟁자가 너무 많음
- '배달팁 낮은 순' 필터 사용자 타깃으로 배달팁을 낮춘다. => CAC 증가
- '가까운 거리 순' 필터 => 물리적으로 건들 수 있는 인풋이 없음
- '빠른 배달 순' 필터 => 비슷한 조건 (거리) 가게들과 경쟁 + 건들 수 있는 인풋들 있음
인풋 건들기 - "소요 시간 설정"과 "조리 완료 클릭"
사장님은 관련된 인풋을 여럿 건드려보고 필터의 알고리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찾아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상식적으로 접근하되 아웃풋의 변화를 추적하면서 인풋 값을 최적화했다.
둘 다 원리는 같아서 '소요 시간 설정'에 관해서 사장님의 행동을 분해해 보았다.
① 리소스는 적절히 투입한다.
무조건 빠르게 할 필요는 없다. 같은 카테고리 안에서만 가장 빠르면 된다. 소요 시간을 다양하게 입력해 보면서 최적화한다. 의외로 할 수 있는 것보다 널널한 값이 최적점일 수도 있다. 그러면 시간을 더 줄일 리소스를 다른 곳에 쓸 수 있다. 목표만 달성하면 되는데 굳이 리스크를 지거나 과도하게 리소스를 투입하는 일이 있는지 돌아보자.
② 가드레일을 고려한다.
당연히 맞출 수 있는 시간을 설정해야 한다. '고객의 클레임 콜'은 부정적인 결과다. 애초에 사장님들이 소요 시간을 섣불리 짧게 설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콜 때문이라고 한다. 맞출 수 없는 시간을 설정해 놓고 무조건 상위 노출만 시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직접 '가드레일'이라는 개념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장님은 이것까지 염두에 둬서 인풋 값의 목표를 설정했다.
② 인풋과 연결된 액션을 찾는다.
만약 최적의 타이밍에 우리가 못 미친다면? 할 일은 명확하다. 시간을 맞출 수 있도록 조리 시스템 개선부터 해야 한다. 프로덕트 개발과 정말 같은 수순이다. 목표 인풋 값을 발견(Discovery)하고, 실제로 구현(Delivery)하기!
- 현재 소요 시간 (AS-IS) <=> 목표 소요 시간 (TO-BE)
- 그 사이를 메우기 위한 '조리 시스템 개선' (Action)
④ 연관된 인풋을 계속 찾는다.
사장님은 오전 10시에 가게를 오픈한다. 점심시간 피크타임을 위해서, 미리 상위 노출을 만들어두기 위해서다. 새벽 1시 상위 노출과 점심, 저녁 식사 시간대 상위 노출의 효과 차이는 매우 크다. 아마 언제 오픈을 해야 피크 시간에 딱 상위 노출을 유지하는지도 여러 번 시도해 보고 찾아내지 않았을까?
알고리즘이 바뀌거나 새로운 무언가가 생겨도 이 사장님은 필승 전략을 찾아내실 것 같다. 데이터 분석이나 프로덕트 개발 방법론에 관한 키워드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지만, 결국 원리는 똑같다.
요약
- (주문 수를 결정하는) 상위 노출이 매우 중요하다.
- 노출 방식은 Paid (광고) 와 Free (검색어, 필터) 가 있다.
- 자료의 사장님은 0원 지출을 위해 '빠른 배달 순' 필터 사용자를 타깃으로 했다.
- 인풋인 '소요 시간 설정'과 '조리완료 클릭' 타이밍을 반복 실험해서 최적화했다.
- 가드레일로 '고객의 클레임 콜'을 설정하고 큰 이슈 없음까지 확인했다.
- 필요한 액션과 연관된 인풋을 계속 해서 찾고 개선했다.
사장님이 로그를 쌓거나 SQL을 배워서 분석했을까?
높은 확률로 아닐 거 같다. 어딘가 메모하면서 분석하셨을 수는 있지만, 통계적 엄밀함을 따지고 무슨 무슨 정의를 세밀하게 하고, 그런 과정은 특별히 없었을 거다. 그저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말 그대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반복 실험해서, 결과를 만들었다.
방법론이 넘치는 시대가 되면서 소위 '상향평준화'가 되었다고 한다. 지식수준은 아마도 그렇겠지만, 실무자들은 안다. 무슨 무슨 리텐션 배워서 뽑아보려고 했는데 뭔가 어렵다. 상관관계를 구했는데 여전히 우선순위가 긴가민가하다. AARRR은 생각 보다 우리 프로덕트에 대입이 안 된다. ... 방법론은 정확하게 사용하려고 할수록 더 깊은 미궁에 빠지기 쉽다.
다시 사장님 얘기. 다른 요식업 사장님들도 이 사장님의 '방법론'을 그대로 따라 하려고만 하면 잘 안될 수 있다. 업종이 다르거나 갑자기 어플에서 알고리즘을 바꾸면 금세 못 따라갈 거다.
방법론을 다시 추상화해서 원리를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그러면 이 사장님 (방법론 제시한 쪽)의 상황과 내 상황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파악하고, 취사선택해서 적용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레퍼런스를 '데이터분석' 키워드로만 찾는 게 아니라, 이렇게 찐 사례들에 역으로 방법론을 적용해 보는 것도 훈련에 도움 된다.
원리를 이해하면 문제 상황에서 방법론을 떠올리게 된다. 방법론을 위한 방법론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이글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또 하나의 메시지는 사장님도 클로징 멘트로 쓰셔서 옮겨왔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도 살아남아야 되는 게 사장님들의 운명, 저의 운명이기 때문에
그냥 무작정 포기하지 마시고
여기서 어떻게 살아남고 내가 어떻게 돈을 벌어야 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심지어 데이터가 없어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데이터 = 로그'라는, 언젠가부터 박힌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보자. 아마도 결국은 로그 데이터를 쓰겠지만, 접근을 데이터만 보고 하면 현업과 동떨어지기 쉽다. '디테일하게 들어가면 너무 오래 걸려서', '데이터가 없어서' 포기하거나 백로그행이 되기 십상이다.
세팅된 환경, 가지고 있는 데이터, 한정된 리소스, 부족한 정보 등. 건들 수 없는 것들은 받아들여야 한다. 근데 결론이 '그래서 못 한다'가 아니라, 상황은 전제로 깔고 그중에서 가장 나은 선택지를 만들어야 한다.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된다고, 화려한 분석이 아니어도 궁극적인 목표 달성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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